공대생
by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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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히진 않겠지만 그래도 지나가면 허전하고 걱정되는
5월 18일.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비가 내리는 걸 하늘이 운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는 건 사람이지 하늘이 아니다.
에반게리온:파에서는 더미플러그가 가동될 때 '오늘은 안녕'이 흘러나왔듯이 사람이 슬프면 햇살이 화창해도 우는 걸로 보일 테고 사람이 기쁘면 비가 내려도 흥겨울 수 있지 않겠나 싶은 그런 생각.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울었을 33년 전.
그리고 그 이후로도 아직도 울고 있는 5월 18일.



한국일보 만평은 그것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고보니 때도 참 잘 맞춰서 전효성의 민주화 발언이 나왔다.
"개성을 중요시해서 '민주화'시키지 않는다"라니 굉장히 기묘한, 혹은 기괴한 표현이다.
용어 사용의 기괴함은 차치하고 이런 '사용법'이 연예인에게까지 흘러갔다는 걸 보여주는 건.
5.18을 비롯한 것들이 얼마나 오염되었나를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건이다 싶어서 씁쓸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반선동이라는 선동.
괴물을 상대하다가 괴물이 된다고, 소위 정의감과 민주의식으로 충만한 비이성으로 날뛰던 자들을 상대하다 같은 부류가 된 건지.
'민주화라는 표현을 부정어로 사용하는 것은 반성과 성찰을 담은 표현'이라는 변명을 볼 때는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서 나오는 "증오를 검으로, 조롱을 방패로"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은데. 같은 소설에서 "사랑을 검으로, 유머를 방패로"라는 대목이 나오기도 하지만… 적어도 현실에서는, 게다가 상대를 '칼과 방패'로 대하는 순간 사랑과 유머는 포장으로 쓰이고 그 안에는 증오와 조롱만 있을 뿐이라 생각한다.

잘못을 지적하는데 거기에 극단적인 사례를 들며 논점을 흐리는 것은
논의도 아니고 전투논리일 텐데.




그렇다고 합니다.

기생충에게 관심과 사랑을 뱃지(fiatlux.egloos.com)를 사긴 했지만 이런 증오 기생충은 사양하고 싶은 5월 19일.
by 역설 | 2013/05/19 02:22 | 트랙백 | 덧글(2)
벗이 벚처럼 비록 짧은 순간이라도


지난 주말은 짧기도 정말 짧았는데

그 이유가 금요일에 ㅌㅈ에게 예기치 않은 공격을 당했기 때문인지, 토요일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하루 종일 기억나지 않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인지, 일요일에 할 일이 없어 무작정 홀로 영화를 보러 나갔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집 앞에 벚꽃이 피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채 만발하지 않은, 급하게 밖으로 튀어나온 녀석도 있고 느즈막히 나오려는 녀석도 있는 벚나무는 매년 봄마다 집 앞에 잔뜩 피어서 중간고사 기간을 되새겨주곤 했다.
이젠 그런 건 없지만.

그러고보니 주말에 만났던 이들 중 한 녀석이 언젠가 "(휴학 중이던) 작년에 학교 다니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던 것 같은데 그런 돼먹지 않은 생각을 했던 녀석이 누구냐" 뭐 이런 소리를 했었다.
지금이라면 중간고사도 즐겁게 치를 수 있을 것 같아.
벚꽃의 꽃말이 중간고사라던 자조어린 푸념들이 그립다.

이번 봄에도
학교 안 작은 동산에 벚꽃 흐드러지게 피겠고
며칠 만에 벚꽃 지면 그 자리에
철쭉 현기증나도록 붉게 피겠지
by 역설 | 2013/04/15 23:37 | 트랙백 | 덧글(4)
삼월의 허리
오랜만인지 아닌지도 모르게 들어와보니 지난 달 졸업식이 마지막 글이구나.
졸업사진 올릴 때는 무슨 인생이 끝장날 것처럼 써뒀다. 하기사 어떤 의미로는 인생의 한 부분이 끝나긴 했으니까.

삼월 삼십일일이 되어서야 빈 달력을 꾸역꾸역 채워넣는 건 이 얼음집에 무슨 집착같은 게 있는 건 아니라도 결국 뭔가를 풀어낼 곳이 여기라서. 허리를 풀자 스트레칭 헛헛

갑자기 요 며칠 허리가 아팠다. 척추뼈는 뭔가 뒤로 돌출된 것 같고, 운동할 때도 뭔가 감이 이상하고, 일하다가 중간중간 쉬면서 몸을 푸는데 찌릿찌릿하고.
이번 주말에 친척들 보자는 약속이 있었는데 정형외과가서 물리치료 받고 으허헣 따끈따끈하다 하면서 친척면제판정.

이래놓고 저녁에 친구들하고 와인 한두 병 따고 나서 숙취에 괴로워했지만 이런 건 넘기고,

이모 사촌동생 삼촌 등등 만나고 온 어머니의 썰 :
  W(9세)가 글쎄, ‘역설형 취직했어요?’ 하고 묻는 거 있지.
  그래서 뫄뫄에 갔다고 하니까 막 신나서 ‘아빠! 형 취직했대!’ 하고 외치더라.
  그러면서 ‘그러면 형 결혼은 언제 해요?’ 하고 묻길래 내년에 하면 좋겠구나, 했지.
  그러니까 애가 글쎄, ‘결혼 내년에 하면 애는 내후년에 낳겠네!’ 하더라.

…….

작년 재작년 열심히 도주전문가로 살 때가 생각났다. 사촌형 결혼해서 친척들 모이고, 미국에서 이모와서 친척들 모이고, 제사라서 친척들 모이고, 뫄뫄해서 모이고, 모이고, 모이고
자존감 열심히 밟히던 시기였다.

그 작은 녀석이 얼마나 내 이야기를 취직과 결혼테마로 들어댔으면 바로 저런 소리를 할까 생각해서 울컥했다가, 그래도 작은 녀석이 저렇게 종알종알댔으니 그때 분위기는 웃겼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가

대학 졸업할 때가 되니 취직하라고 들었던 소리만큼
취직했으니 결혼하라고 또 새로운 소리를 들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리고 온갖 가능성을 뚫고 결혼한다고 쳐도
애는 언제 생기냐는 새로운 소리가 또 나타날 거런 생각에

졸업으로 인생의 한 부분을 끝장내도 다시 다른 인생이 스멀스멀 계속해서 기어오니, 앞으로 끝장낼 많은 인생이 있고 졸업은 결코 그 허리부분이 아니구나 싶더라.

지금 아픈 곳은 척추 아래 부분인데.
by 역설 | 2013/03/31 17:03 | 트랙백 | 덧글(14)
졸업
우연히 옆을 바라보다가 찍힌 멍한 사진처럼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 졸업 당했다


입학하고 졸업하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맨날 치고 받고 하던 동생하고 사진도 같이 찍게 될 정도로 많은 것이 변했다


안녕, 공학관.


중앙광장에서 이리저리하게 찍고 찍고 하다보니
같은 학과 동기들보다 같은 회사 동기들과 더 많이 만났다.

이건 내가 자연계 캠퍼스에 안 가서 그런 거야! 라고 생각하며 친숙한 공대로 가니 그곳에서 만난 학과 동기 D. 희한하게도 D와는 점심 먹으러 간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사진 찍으려고 공학관에 가니 거기서 마주치고, 가족들 보내고 구미 갈 준비하면서 걷다가 또 우연히 마주치고 해서 약속도 안 하고 세 번 만나니 이런 질긴 인연이 있나.
그 대신 졸업하는 다른 동기는 하나도 만나지 못했고, 다만 대학원에 진학해서 오늘도 변함없이 교수의 명을 받고 실험실험실험을 하던 동기 하나와 만나긴 했다.

일부러 졸업을 늦게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학과 동기를 못 만날 줄은 몰랐는데.
다행히 회사 동기들이 있어서 저녁까지 밍기적거리다가 느즈막히 기숙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게 저녁까지 이런저런 즉석 일정을 마치고 내일 출근해야 해서 열차 타고 덜컹덜컹 내려가고 있노라니 이 노래가 몹시 부르고 싶더라.
브로콜리너마저, 졸업.

반복해서 듣고 있자니 가장 가슴이 미어지는 대목은

"낯설은 풍경들이 지나치는 오후의 버스에서 깨어
방황하는 아이 같은 우리
어디쯤 가야만 하는지 이미 지나친 건 아닌지
모두 말하지만 알 수가 없네."

그러니까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넌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널 잊지 않을게.
by 역설 | 2013/02/25 23:58 | 트랙백 | 덧글(26)
졸업식 전날
보통은 일요일 이 시간이면 기숙사에 복귀하는 버스를 타고 경북에 돌입하는 시간이지만,
내일이 졸업식인지라 아직 집이에요.

2일에서 3일로 휴일이 늘어서 좋긴 하지만… 졸업식이 복귀날이라니 이것도 뭔가 꽁기꽁기.
하여간 오늘 미리 학교에 가봤어요. 내일은 정신 없겠지.

오늘도 사진찍는 친구/가족들이 있더군요.

이 사진에는 두 팀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열댓 명의 무리가 뒤를 지나가긴 했어요.
그리고 이공계 캠퍼스가 아니라 본관 앞에는 꽃도 팔고 사람도 많고. 아아 문이과의 괴리감


고대 산성은 어느새 거의 다 녹아 부숴지고
마치 처음부터 기둥 하나만 남아 있던 것처럼 그렇게 덩그러니.


이렇게 오늘도 이놈의 학교는 까야 제 맛
어쩐지 얼마 전이 떠오르네요?



작년 8월에 졸업해서, 졸업앨범은 작년 것이고 졸업식은 올해에 하자니 기분이 복잡미묘하네요.
올해 졸업앨범에는 김연아! 연아가 있는데!

졸업 그거 이미 한 거라서 별 기분 안 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나네요. 특히 3학년인가 4학년 때 모모님하고 같이 저녁 먹을 때 같이 만난 초면의 아저씨가 날 학점하고 토익 점수로 조낸 걱정해주던 게 잊히질 않네요^^; 오지랖 꺼졍

브로콜리너마저의 졸업이 듣고 싶은 부르고 싶은 그런 22시 22분.
by 역설 | 2013/02/24 22:22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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