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
by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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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은 밤을 새도 끄떡 없겠지
자제력부족이라고 해야할지, 흥에 겨울 때라고 해야할지, 이도 저도 아니고 그저 야행성이라고 해야할지
무언가 밤 중에 내 구미를 당기면, 피곤이 호기심을 바닥낼 때까지 시간이 날아가는 것을 느낀다. 어휴, 밤만 되면 오만가지 사소한 게 다 재밌네.
그래서 오늘의 취침은 5시. 그러니까 아침 5시.

보건교육사. 날 이리저리 움직이게 한 국가시험자격증의 이름. 처음 듣는 시험이었는데, 알고보니 이번 시험이 1회였다.
나는 간호학과도 아니고 경력도 없고 하니 전혀 상관없는 이름인데- 이게 날 바쁘게 한 이유는 바로 사촌누님께서 응시하셨기 때문. 누님이라지만 사실 얼굴을 두번 이상 봤는지 의심스럽다. 고모님 뵌지도 까마득하고. 뭐 아무튼.
원서접수는 오늘까지인데, 접수처는 서울에 단 하나 있는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라는 곳에서 해야하고, ……해서 우편으로 날아온 이런저런 서류들을 가지고 대리접수하는 것이 내 일이었다.

오늘 아침에 등기우편이 날아왔는데- 뭔가를 하고 계셨던 아버지는 초인종도 못 들었을 뿐이고- 나는 피곤했을 뿐이고- 통합경비실은 터덜터덜 걸어서- 낮 열두시도 내겐 아침인데 으으 짜증.
그래도 잠은 얼추 깨서, 산책하는 셈치고 가봤더니 재미있게도 친구 동생인 아가씨랑 마주쳤다. 하긴 간호학과랬지. 푸하하 세상 참 좁구나.

접수하러 갔더니 남캐 하나가 덜렁덜렁 온 것은 나 하나뿐이더라. 아가씨들은 왜 시험 접수하러 오는 곳에 남자친구 손 잡고 오는 건가요.
서류를 보니 분명히 고종사촌이라고 했는데, 근데 아버지는 막내시고 고모님은 첫째시라, 분명히 사촌누님이 나와 나이차가 스물.

…….

슴살! 슴살! 꽃다운 슴살! 사슴같다고 해서 슴살! 사슴고기 먹는 듯이 야들야들하다고 해서 슴살!
이런 게 아닌가? 아무튼 그런 나이차라니. 게다가 그 아들은 고등학생이란다.
나는 졸지에 시커먼 고등학생의 오촌 아저씨.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그 고등학생도 언젠가 스무 살이 되겠지. 싱싱한 스무 살. 밤을 새도 끄떡 없겠지.
하지만 내 스무 살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인연의 양이 너무 차이나는군 :)
by 역설 | 2010/01/29 22:54 | 트랙백 | 덧글(27)
대구 끝자락 팔공산에서 털어내고 훌훌
다녀왔습니다.
이틀 여행이었는데 어쩐지 닷새정도 절여 온 것 같은 기분이네요.

둔저님의 위령제가 26일 화요일이었기에, 25일 월요일 저녁에 대구로 출발해서 하루 자고 아침 일찍 보은사로 향했습니다.
대구 시민 박너굴옹이 협조해주셨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팔공산 갓바위 부근으로 향하는데, 이곳이 이렇게나 대구 끝자락인지 이전에는 전혀 몰랐네요.

서울에 있다가 남쪽으로 내려간지라 그다지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산자락에 있는 법당에서 한시간 반 가량의 천도제를 마치고 나와보니 신발이 잔뜩 시리더군요.
법당 안에서는, 아니 그 주변에서는 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보은사로 올라가기 전 휴게소 부근, 내려오는 길의 휴게소 부근에서는 그래도 이런저런 말도 꺼내고 서로 웃기기도 하고 그랬는데.

영정사진은 꽤 친숙하더이다.
둔저님 부모님께서, 글쓰던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고 하시더군요.
지나가는 길이면 한번쯤 보은사에 들러달라고 하시던데, 지나가는 길이라……. 하하. 일부러 지나가야겠어요.

팔공산 입구에 문피아분들하고 커그분들하고 몰려있으니 와글와글.
티아는 전국구가 되었더군요. 좋겠네요, 하지만 부럽지는 않아.

……아무튼, 몇 주 동안 표시하고 있던 검은리본도 이제는 떼어냈습니다.
별 효력도 없는 단순한 표식이지만, 원체 바꾸는 경우가 거의 없다보니, 그 표시하나 바꾸고 돌리고 하는 게 꽤 마음에 닿는군요.
이제 정말 헤어진 겁니다.

안녕히.





25일)
오후 6시. KTX 탑승.
7시 40분. 대구도착.
9시. 저녁은 고기와 콜라.

26일)
오전 12시 30분. pc방에서 시간을 보냄.
1시 30분. 찜질방에서 몸도 씻고 개운한 상태로 자려고 누웠는데…….
2시 30분. 각종 이야기로 밤을 셀 것 같다.
3시. 자려고 했으나 애들이 쿵쿵거리며 걸어다님.
4시. 잠이 안 와서 두렵다는 생각을 함.
6시 50분. 기상.
8시 30분. 아침식사는 돼지국밥.
10시. 팔공산 갓바위 도착. 보은사. 위령제.
11시 30분. 보은사에서 점심공양.
오후 1시. 노래를 부르다. I'll be missing you. 이 분위기의 노래를 만들고 싶은데 앙탈……
4시. 이야기를 하다.
5시 33분. 무궁화호 출발.
9시 43분. 서울 도착.



피곤에 쩔은 사람1. 도구도 많아요.

피곤에 쩔은 사람2. 전국구 티아.

어둠의 사나이들. 가만히 있으면 추모객들인데 시내를 활보하니까 그냥 검은 남자들이네요.
by 역설 | 2010/01/27 23:35 | 트랙백(1) | 덧글(14)
언제나 새삼스럽기
생일이라며 자정에 글 올리는 것은, 어째 꼭 해야할 것 같은 생일잔치.
네 원래 생일에 대한 감각은 별로 없습니다. 어쩌다보니 보드게임으로 하루종일 불사른 날이 되긴 했지만. 아마 네모는 이자의 생일이라는 것은 상관없이 그날 보자고 했겠지요. 아무튼 신났습니다.

그러고보니 며칠 뜸했네요. 제가 생일에 뭐했는지도 지금 위의 두줄빼고는 전혀 언급이 없었고.
조금 앓은 듯 합니다.
몸이야 건강했어요. 자고 싶으면 자고, 배고프면 밥 먹고.

어느 날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많은 이야기를 했고, 많은 시간을 떠올렸고.
그러는 사이에 심난함이 들어와 콱 박혀서, 하루를 절반으로 자른 듯이 맥없이 시간을 보내기를 며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고 말하기에는 경험의 길이도 부족하고 굵기도 부족하지만, 얼기설기 얽혀 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덤불 같은 꼴은 많이 봤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건 안 보는 게 좋으니, 한번 봐도 많이 본 거라고 치고 싶은데.
며칠 전에 썼었지요. ‘안녕, 친해지지 않을래요?’ ─친해지긴 쥐뿔이. 믿고 싶어요, 라는 말은 지금은 믿고 있지 않지만, 이라는 뜻을 숨기고 있고 친해지고 싶어요, 라는 말은 지금은 친하지 않지만, 이라는 말이 되죠. 이미 거리를 두어버린 마음은 어쩌자고. 관계들에 상처입고 쓰러지지는 않았다는 말이었지만, 그만큼 상처를 인지하고 있다는 말을 하면서 속으로는 조금 씁쓸했었죠. 이런 말이 필요없을 정도여야 하는데.

……. 그래서 슬퍼하기 싫음인지 그냥 맥없는 며칠.
차라리 모르면 그만인데 일단 들어버렸으니 내가 심난하잖아!
따지지 않는다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긴 한데, 어휴 바보들.

그래서 정신을 놓고 있는 동안 술도 마시고 눈도 한번 더 오고 지진도 나고. 마지막은 뭔가 이상한데.
예나 지금이나 시간이 가장 강한데, 약이라고 하기는 좀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살고 있는 시간은 계속 흘러가니까 아무려면 어떠냐 싶은 마음으로 모아둔 네이버 해피빈 콩으로 아이티 지진 관련 유니세프 기부.
by 역설 | 2010/01/16 23:55 | 트랙백 | 덧글(24)
역설탄신일
생일입니다. 이제 만 스물셋.
by 역설 | 2010/01/10 00:04 | 트랙백 | 덧글(47)
뱀파이어 강의

뱀파이어, 흡혈귀라 함은 아마도 인류가 끝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상징이고, 그것은 굳이 고전적인 드라큘라 백작의 이미지가 아니더라도 흡혈과 불사자의 상징으로서 기능하는 모든 것이 그것을 이룰테죠.

…우리는 죽은 이를 그리워하며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 그러나 무릇 이 세상의 모든 공포들 중에서, 죽은 자신의 부모, 친지, 친구가 돌아오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없음은 어떻게 설명하랴? 그토록 깊은 애정, 우정, 사랑이 죽음이라는 장벽에 부딪혀서 얼마나 쉽게 부서지는가를 바라보면 놀라울 뿐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제위께서도 오늘 자정, 죽은 자신의 아버지나 친구가 등 뒤에서 자신을 부른다면, 과연 기뻐하며 돌아볼 것인가? 바로 이것이 다른 어느 몬스터보다 언데드 몬스터가 무서운 까닭이다. 노련한 전사마저도 언데드 몬스터의 약한 힘보다는 그 죽음의 세계로부터 가져오는 초절적인 공포에 짓눌려 검을 뽑지 못한다.

소설 '드래곤 라자'의 일부분입니다만, '뱀파이어 강의'에 따르자면 이런 이유는 피상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언데드라는 것에 대해 투사된 심리를 논하는 것만으로도 릭켈스 교수는 우리를 질식시킬 기세니까요.
흡혈의 이미지보다는, 대개 죽었으나 죽지 못한undead 상태와 그 무의식적 상징에 초점을 맞춘 강의록은 “그럴싸하게 써두어서 그런 것처럼 보이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될 만큼 단호하고 거침없이 말을 이어갑니다. 그래서인지 불친절하게 느껴지는데다가 어째 사기당하는 기분마저 들 정도입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저자인 앤 라이스의 추천사는, 뱀파이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길 만하다고 써두었는데, 제 결론은 제가 사실은 뱀파이어를 싫어하는 것이거나 이 사람이 틀렸거나 둘 중 하나인 듯 합니다. 좀 더 읽어보면 그게 아닐 수도 있겠지요. 리뷰기간 동안 읽어보았지만 아직도 거리감이 느껴지니…… 리뷰와는 상관없이 좀 더 읽어봐야할 듯 하네요.

렛츠리뷰
by 역설 | 2010/01/08 23:59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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