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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깨다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아무래도 일어날 수는 있는데 귀찮아서 계속 억지로 잠을 청한 듯 하다. 억지라고 하기엔 좀 약한가, 씻으면 깰 수 있는데 계속 누워서 자는 그런 상황.
무덥고 몸은 끈적이는데 할 수 있는 건 오직 널부러져서 자는 것 밖에 없었다. 2번째 깼을 때 아마 빗소리를 들은 것 같다. 3번째인가 4번째 깬 것이 일어난 것이었다. 12시. 오전이란 내 인생에서 없는 것일까. 문득 아침형 인간은 인생을 더 길게 산다는 말이 떠오른다. 사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거나 밤에 늦게 자는 거나 시간은 별 차이 없겠지. 하지만 이 박탈감은 태양의 시간에 더 들어가야하기 때문인 걸까. 학교든 어디든 가야할 때 30분이 걸리면 한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해야 편한 것과도 같이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면 하루는 온통 삐걱대기 시작하더라. 오늘은 무슨 포스팅을 할까 생각하고 있는 날 보니 이건 자연스레 포스팅을 하는 경지가 아니라 포스팅에 구속된 상태같다는 생각이 들어 쓴웃음이 나왔다. 왠지 슬프다. 멍하니 새글쓰기의 하얀창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빗소리가 그리웠다. 자면서 언뜻 들린 청량한 소리를 도피처로 불러내는 걸 보면 확실히 난 빗소리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비가 오는 걸 좋아하냐 아니냐를 물으면 선뜻 대답해주질 못 하겠다. 비가 오는 건 여러모로 귀찮다. 우산 쓰고 걷는 것도 싫고 옷에 물 튀기는 것도 싫고 습기찬 것도 싫고, 게다가 난 걷는 법이 잘못 된 건지 발 뒤꿈치가 바지 뒤편에 물을 뿌리며 걷는 이상한 보법을 구사한다. 그럼 결론은 간단하게. 멍하니 집에서 빗소리 듣는 것만을 좋아한다고 하면 되겠다. 어릴 적 아파트 2층에 살 적에, 비가 많이 오는 날 학교 같다 와서 그리 크지 않은 거실에 앉아있으려니 베란다 너머 여기저기 솟아 있는 나무들 사이로 비가 하염없이 내렸다. 베란다에 설치되어있는 은색 창살과 갈색 나무들과 나뭇잎에 부딪치는 소리들. 땅에 곧장 돌진한 소리도 있었고 나뭇잎을 따라 흐르는 소리도 있었다. 일상 포스팅을 하다보면 ‘멍하니’라는 단어가 꽤 자주 나오는데 기실 그렇게 멍한 사람은 아닌데, 다만 그저 가만히 있는 내 모습을 표현할 말이 그것 밖에는 없을 뿐. 아마 가장 잘 표현하자면 ‘가만히 빗소리를 듣는다’라는 게 적당할 것이다. 술자리는 편한 게 좋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등등. 그래, 조악한 비약같기도 하지만 비슷한 느낌이 든다. 오늘도 난 멍하니 빗소리를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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