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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연애조작단 - 사랑은 연극 속의 연극이 되어
추석 당일, 10개월 된 오촌 조카 노는 것까지 보고 집으로 돌아와서 멍멍한 오후.
원래 보려고 했던 것은 '마루 밑 아리에티'였다. 결과적으로 영화를 바꿔 봐서 대만족. 예매를 하지 못하고 영화관에 가서 직접 표를 사느라, 연휴현장구매니 당연히 되는대로 고르게 되었다. 사실 가족 전체가 보느라 표를 살 때 조심스러웠는데 훨씬 잘한 선택이었다.
예매를 못 한 이유는 롯데시네마 무료관람권을 이용했기 때문.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추석답게 매진 혹은 잔여 2석, 2석같은 것들을 보면서 황당했었는데 전화위복이 되었다.ㅋㄲㅈㅁ
추석 당일의 무시무시한 인파는 이 커플들 가라는 고향에는 안 가고 연휴 내내 붙어서 노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도 일어날 정도였으나, 50분 정도 기다리면 볼 수 있는 영화를 앞자리나마 연속된 4석을 샀으니, 그만 하면 성공.

제목처럼 다른 사람의 연애를 대신 이루어주는 모종의 단체에 대한 이야기인데, 제목만으로도(혹은 포스터만으로도!) 누구나 이야기전개를 쫙 뽑아낼 수 있는 간단한 영화되겠다. 연애를 조작해드립니다~

간단한 영화라고?
연애를 조작해준다 → 조작해주는 그들은 이러이러한 사람들이다 → 누군가 의뢰를 한다 → 그리고 그 의뢰와 조작단들의 관계는 어쩌고저쩌고. 연애담과 조작극이라는 두 가지 소재에서는 누구나 대충 이야기의 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세세한 가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줄기를 만들기 쉬운 만큼 더 어려운 작업이 되리라.
그런 의미에서 ‘시라노’는 웃음과 세세한 이야기, 그리고 인물들 사이의 관계들을 재밌게 그려냈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대신 편지를 써주는 '시라노 드 벨주락Cyrano De Bergerac'. 희곡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기도 하며, 사랑고백을 대신해주는 남자의 이름인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이름이 시라노라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단순명료하다. 망해버린 극단을 되살리기 위해 시라노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짐작해보자면, 곧 그들 중에서 곧 시라노 드 벨주락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질 사람이 있으리라. 그리고 영화는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단순한 설정이지만, 연애조작단 시라노가 원래 극단이라는 사실은 미묘한 기분을 전해준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연극처럼, “이제부터 당신의 인생에는 대본이 있기에” 사랑에 성공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병훈(엄태웅). 그의 말은 어찌보면 “남이 대신해주는 사랑이 무슨 사랑이야?” 라는 말과 같은 선상에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고생해서 맺어줬더니 뒤통수를 치는 결과를 부르는 모습이 등장하니, 남이 짜준 대본으로 이뤄진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니, 굳이 영화의 장면들에 빗대 생각하지 않아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의문일 것이다. 극단이 만들어주는 대본으로 쌓인 사랑은 연극 속의 연극.

‘의뢰’를 성공하고 빗속에서 바라보는 시라노 단원들. 흐뭇해하는 표정들인지, 일을 성공해서 후련하다는 표정들인지. 중요한 것은 이들이 이뤄준 사랑은 앞으로는 더 이상 대본이 없다는 것.
병훈은 상용(최다니엘)에게 술을 마시다가 일갈하는데, 그게 진심으로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말은 아닐테고 단순히 번뇌표출 내지는 심통을 부린 거겠지만, 그의 말대로 남이 이뤄주길 바라는 건 근성이 없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상용은 시라노를 티라노와 비슷한 공룡으로 착각하기는 하지만, 시라노 드 벨주락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결말을 궁금해한다. “진실로 사랑하던 시라노와 이뤄지는 결말이 아닐까요? 아니 그건 너무 뻔한 결말인가?” 결국 이 영화에서는 시라노 드 벨주락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는다. 궁금하면 직접 보라는 배려?
아무튼 스스로 ‘그건 너무 뻔한 결말’ 이라고 말한 것처럼, 크리스티앙/상용을 비난하는 것은 뻔한 것=스스로 가할 수 없는 것이다. “얼마나 사랑하고 싶었으면 그런 부탁까지 했겠”냐며 대본에 없이 나오는 고백은 문자 그대로 “날 것 그대로의 마음”이고, 연극으로 쌓아올리던 사랑에 진심어린 마무리를 해주는 것이 된다.

그리고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을 모두 위로하는 결말을 해주기 위해 ‘시라노 드 벨주락’과는 다른 구도가 빛을 발하는데, 이거야말로 한국식 뻔한 결말! 난 이미 눈치채고 있었지!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마지막 장면은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여운을 남기기 위한 엔딩이긴 한데, 인위적인 연출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그냥 대쉬하면 되잖냐! 아옭?
그렇지만 마지막의 마지막 장면. 조작을 위해 앉아있는 박작가(박철민)가 관객에게 장난스런 윙크를 하는 장면이 나옴으로써, 인위성을 인위성으로 상쇄. 오히려 더 좋은 결말이 되어버렸다. '어때, 이 정도 결말이면 훈훈하지 않아?', 혹은 '이런 결말 예상했지? 그래도 훈훈하지 않냐.' 라고 말하는 듯. 네네, 적절히 훈훈한 결말입니다. 내 가슴은 공허하지만

시라노를 보며 감탄한 것은 웃음이 잘 섞여서 튀어나온다는 점이다. 역술담당은 제갈량과도 같은 천변의 능력을 지녀서 술병을 놔두고 페트병으로 금강 이남에서 한강 중류 군인과 바다 카페는 가정집입니다 이건 내가 마실 커피.
박철민 아니었으면 이 영화 어쩔 뻔 했나.

이 영화의 명대사는 이거. 게다가 이것도 박철민 거다!

   “난 애드립하는 녀석들이 제일 싫어!”






이민정, 최다니엘, 박신혜, 그리고 엄태웅.
배우들 참 곱구나. 흑흑. 훈훈하긴 한데. 보는 사람 입장으로서는 훈훈과 공허 사이.





마지막 스텝롤이 나올 때 나오는 노래는 이민정과 박신혜가 함께 부른 '당신이었군요'인데, 정확히 영화를 위해 만든 곡이다. 노래는 여성 둘의 관점을 번갈아 노래하는데, ‘시라노 드 벨주락’과는 달리 남녀가 각각 둘씩 있는 상황이라 가사가 미묘하긴 하다. 혼자 부른다고 생각하면 이중인격 되는 기분.



영화 장면이 삽입된 뮤직비디오다보니, 영화를 보신 분에게는 또 다른 느낌을 주겠지만 노래 자체만을 듣고 싶은 사람에게는 거슬릴지도. 원하시는 분은 따로 찾아보시면~

엔딩 스텝롤 중에 마지막 '감사드립니다' 부분에,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 실제로 있다. 캐릭터 이름으로 차용했는데 설마 실제 저 사람들의 이야기를 활용한 걸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슬몃 미소. special thanks to 같은 게 아니라 한국어로 써서 또 정감 추가.

이건 사소한 불만인데, 엄태웅 특유의 한쪽 눈썹과 눈이 치켜올라간(혹은 반대쪽만이 내려간?) 표정은 계속 보다보니 살짝 감정이입을 막는 요소가 되었다. 그만 좀 찡그리라고! 몇몇 장면에서는 유용한 표정이긴 한데, 너무 항상 유지하는 듯. 아니 그만큼 항상 심란해하는 캐릭터라고 해야하나?



극장에 마련된 주연캐릭터들과 가위바위보를 할 수 있다.
음성인식이라거나 손짓인식이라거나 하는 건 아니고, 그냥 타이밍에 맞춰서 터치스크린에 뜬 가위, 바위, 보 중 하나를 누르는 게임.


박신혜 짱 귀여움
영화에서 저 차림을 하고 사랑과 전쟁 운운하는데 “10분 뒤에는 그쪽이랑 나랑 머리끄댕이 붙잡나? 거긴 올케?” 그때는 귀엽다기보다는 독한 면모가… 당사자는 미치겠지만 관객입장에서는 푸하하.

근데 90년생이래요. 으아니 말도 안 돼! 내 동생하고 나이가 같다니 이건 꿈이야
by 역설 | 2010/09/26 09:53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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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앙탈 at 2010/09/26 10:11
박신혜가 귀엽다는 사진을 올리면서 내용은 엄태웅이니 역시 게이가 일코를...
Commented by 역설 at 2010/10/30 00:11
어, 어디에 엄태웅 내용이 있냐

...
Commented by NemoDori at 2010/09/26 18:47
그니까 여동생 전번...
Commented by 역설 at 2010/10/30 00:11
언제까지 이럴 텐가 으허허허
Commented by 지나 at 2010/09/26 23:36
재밌겠어요. 예전에 윌스미스가 나왔던 영화가 떠올라요.

(...............제목이 왜 생각나지 않아?!! 으악~)
Commented by lucid at 2010/09/27 09:41
'hitch' 말씀하시는것 같네요 ^^
Commented by 지나 at 2010/09/27 15:24
오 맞아요~ 감사해요 lucid님~ :)
Commented by 역설 at 2010/10/30 00:11
윌 스미스는 MIB아니면 핸콕... ...
Commented by lucid at 2010/09/27 09:43
오늘 따라 한국 배우들이 더 예뻐 보이네. 잡지에서 맨날 주근깨 투성이 쌩얼에 몸매관리 안한 배우들만 봐서 그런가 =_=
Commented by 역설 at 2010/10/30 00:11
박신혜 짱 귀여움
Commented by 싱클레어 at 2010/10/02 20:03
으익ㅋ박신혜는 2006년부터 눈여겨봤다능ㅋㅋ그땐 광주에서 살았다는데 한번도 못봤다니 광주시민이란게 무의미ㅠㅠ
Commented by 역설 at 2010/10/30 00:12
헉 4년의 눈여겨봄이라니 무섭

그렇게 따지다보면 한국사람이라는 게 무의미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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