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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3   증정품의 제왕 [50]
증정품의 제왕
지난 주까지 편의점에서 일했습니다. 대충 두 달이 좀 안되는 기간 동안- 갖가지 진상들도 보고, 성질도 버려보고, 앞에선 웃고 속으로 욕하는 이중인격놀이를 하려고 했는데 속으로 욕하는 것만 되고 앞에선 웃는 건 안되는 제 자신을 보면서 표리부동한 게 아니라는 뜻이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이거 다시 말하자면 더러운 성질이니 앞으로 애로사항이 꽃피겠구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시키니까 일은 하는데 어쩐지 요구사항이 거칠어지는 것 같아서, 에이 성질 버리고

아무튼 성질 버리고 통장 잔고는 조금 늘었습니다. ㄳ

당초 계획은 꾸준히 하려고 했는데 이거 집에서 좀 먼데다가 거리가 먼 만큼의 이득도 없고 하여간 이런저런 해서 얼른 끝냈습니다.
이 기간에 있었던 일들은 대강 ‘평일약속은 저녁에 잡고 밤에 헤어져서 일하고 다음 날 아침에 죽을 상으로 집에 들어간다’ ‘주말은 잉여롭게 불태운다’ ……였습니다. 시간 없다고 징징대면서도 노래마당 준비하느라 옷 사고 뭐하고 하여간 징하게도 체력과 성질을 팔며 살았네요.
일하는 시간은 24시부터 09시. 당연히 배가 고픈데 유통기한 지난 삼각김밥 먹는 것도 정도가 있지 질려서 원. 가끔 새로운 게 떨어지기를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배고프면 이것도 먹어라.”

라는 말과 함께 제 눈에 들어온 것은 웬 천하장사 소시지…….
이게 웬 떡이냐 +_+ 싶었는데, 더 놀라운 것은

 “배고플 때마다 냉장고에 있는 거 가져가서 먹어.”

아니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이 짠돌이 사장님이 대체 무슨 연유로 벼락을 맞은 것도 아니고
이유는 곧 밝혀졌습니다. 그것은…… 맥주 1.6L 병에 딸려오는 증정품 안주였던 겁니다. -_- 그럼 그렇지. 편의점이니 증점품을 친절하게 같이 팔 이유가 없던 걸까요? 아무튼 모든 증정품 천하장사 소시지는 전부 따로 모아두고 있었던 겁니다.





여기서 잠깐 빛줄기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가만,

배고플 때마다 먹는 거라면……






걍 집에 가져가서 쟁여둬도 되는 거잖아?

야호. 죄다 뽑아서 가져왔습니다. 전리품이다! 풍악을 울려라!
소시지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땅콩믹스도 있고, 게다가 생각지 못했던 +_+ 흑임자양갱?! 이거 처음 먹어봐요! 이걸 발견하고서는 그야말로 눈에서 빛을 뿜었습니다. 스타우트 1.6L에 딸려있던 건데, 박스 하나에 병이 아홉 개고 따라서 증정품도 아홉 개여야 했으나 누가 벌써 하나 먹은 뒤였습니다.

“누, 누가 감히 이걸 먹는단 말이냐! 새벽을 달리는 나야말로 증정품의 제왕이 될 자격이 있도다!”

싹쓸싹쓸.


이어지는 우걱우걱
by 역설 | 2009/10/13 23:59 | 트랙백 | 덧글(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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